너희들 누구냐
왕따들이 모였다. 김형태(41) 성기완(39) 박민규(38) 씨. 23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캐치라이트에서 여는 콘서트를 앞두고서 모인 것이다. 박 씨의 소설 핑퐁 출간을 빙자해 놀아보자는 목적이 있단다. 세 사람은 핑퐁의 주인공 왕따 청소년처럼 우리는 세상의 왕따라고 스스로 선언한다.
7일 홍익대 앞 김 씨의 작업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우리 연주 맞춰봐야 하는데라는 김 씨의 말에 어? 그래야 되는 거였어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성 씨. 가운데서 난 당일까지 비공개야라는 박 씨. 다들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무규칙이종예술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 씨는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연 화가이고 두 권의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성 씨는 인디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이자 시인이고 대중음악평론가. 방구석 기타리스트였다가 이번에 데뷔한다고 하는 박 씨는 문단에서 기타마니아로 유명하다.
책 내면 사인회나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이런 것만 하잖아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독자들이 더 재미나게, 가깝게 느낄 것 같은데. 작가가 글 쓰고 말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안다, 이런 것 보여주자고 콘서트 열기로 한 거예요.(김형태)
세 사람이 친분을 나눈 지 8년째. 우리가요, 자기 동네에서는 잘 못 놀아요. 형태 형도 그림을 전공했지만 화가로만 있기 싫어하고, 저도 시만 쓰는 게 아니고 엉뚱한 일 하고. 민규도 전에 조까라, 마이싱이다!라는 기고(한국문단을 통렬하게 비판한 글이었다)를 했잖아요. 다들 권위적인 걸 못 견디는 거죠.(성기완)
전공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사는 게 싫어서 이들은 기타를 잡았다. 음악 할 때는 예술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는요, 예순 살까지만 소설가 할 거고요, 그 뒤는 기타만 칠거예요. 전직 소설가 기타리스트요. 나이 들어 글 못 쓰면 전직 소설가 아닌가요.(박)
문자와 대중음악의 관계가라며 질문하려 하자, 다들 손사래를 친다. 우리가 하는 건 장르의 만남이 아니에요. 기타치는 것, 글 쓰는 것이 같은 예술이에요. 가수가 책도 내네 시인이 기타도 치네 앞으론 이런 얘기 나오지 않을 거예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는 무규칙이종예술가들이 생겨나고 있거든요. 외길 인생 30년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고요.(김)
올 여름 유럽에 가봤는데 거리에서 기타 치더라구요. 잘하는 것도 아닌데(웃음). 그거 보고 생각했어요. 소설 쓰고 싶은 대로 써 보자, 기타 치고 싶은 대로 쳐 보자.
박 씨는 못 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에 무대에 서기로 했다면서도 다리 떨릴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인다.
성 씨가 말했다. 너네는 재주 많으니깐 그러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어요. 이 얘길 하고 싶어요. 너희는 이 길로 가야 돼 한국은 이렇게 가야 돼 우리는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라고 자문하는 데서 셋이 의기투합한 거예요. 오랜 망설임의 결과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