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눈발에 빙하 폭포 지친 삶이 푸드득 깬다
雪越下越大。 눈발이 점점 굵어지다
한여름에 찾는 뉴질랜드. 탁월한 선택이다. 남반구는 추운 겨울이니까.
뉴질랜드 겨울여행의 진수. 나는 단연 이 빙하를 꼽는다. 빙하여행에도 메뉴가 있다. 그 최고는 서던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마운트쿡(원주민 마오리족 언어로는 아오라키) 아래 타즈만 빙하다. 두께 500m의 거대한 빙하. 그러나 그 모습은 거대한 설원이다. 그 빙하 위로 하얀 세스나(경비행기)가 날아다닌다. 그리고 사뿐히 앉는다. 바퀴 대신 스키플레이트를 붙이고. 7, 8월에는 여기서도 스키를 탄다.
피오르 여행은 빙하투어의 변주곡쯤에 해당된다. 피오르란 뒤덮인 빙하가 사라지면서 드러난 암봉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와 만나 이룬 특별한 지형을 말한다.
남섬의 피오르 여행지는 밀퍼드사운드다. 사운드란 좁은 바다. 피오르지형의 산악은 빙하에 의해 패어 모두가 뾰족 봉을 이루는데 그 암봉이 이룬 골짜기로 바닷물이 들어차니 사운드는 호수처럼 잔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밀퍼드사운드의 피오르여행은 유람선을 타고 해야 제격이다.
도쿄에서 나를 태운 에어뉴질랜드 항공기가 내린 곳은 크라이스트처치. 남섬 최대의 이 도시는 미국과 뉴질랜드의 남극전진기지다. 나는 여기서 퀸스타운 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퀸스타운은 남섬 여행의 전진기지다. 밀퍼드사운드는 물론 코로넷피크, 더 리마커블스, 트레블콘, 그리고 카드로나 등 남섬 스키여행이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1시간 10분의 비행. 항공기 오른쪽 창으로 눈 덮인 서던알프스의 장관이 떠나질 않는다. 언제보아도 신령스러워 보이는 이 거대한 산줄기. 퀸스타운은 그 남단쯤에 있다. 양발 제트프롭(제트엔진 프로펠러추진) 항공기가 크게 선회하더니 창밖으로 거대한 호수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퀸스타운이다. 이 호수는 와카티푸. 폭 4km에 길이가 무려 85km나 되는 이 거대한 호수 역시 빙하의 산물이다. 서던알프스 산맥을 덮던 빙하가 녹으면서 파인 자국에 고인 물이다.
세상에 퀸스타운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있을까. 여행전문기자 13년 동안 나는 그 답을 얻지 못했다. 거대한 산악 한가운데 갇힌 아름다운 호수. 그 호반을 수놓은 작은 집과 양들이 뛰노는 구릉, 그리고 골프코스. 호수 위로는 100세쯤 된 증기선 언슬로호가 연기를 내뿜으며 오가고 눈이라도 내리면 산과 동네는 온통 순백의 설원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튿날 아침 6시 50분. 남위 45도(북위도로는 홋카이도 위치)의 퀸스타운은 아직 깜깜하다. 밀퍼드사운드행 코치(버스)는 어김없이 이 시각에 출발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을 태우고 퀸스타운 서쪽의 피오르 지형으로. 와카티푸 호수를 오른편에 끼고 테아나우 호반을 지나 밀퍼드사운드까지 가는 길. 정확히 297km. 시간은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중간에 몇몇 곳을 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아나우부터 밀퍼드사운드까지 가는 산악도로(120km)가 워낙 험한 것이 주요 이유다.
그러나 이 여행길은 지루하지 않다.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나 보았을 그런 멋진 풍경이 주변에 널려 있어서다.
12시 45분. 유람선이 출발했다. 유람선은 거대한 암봉으로 이뤄진 거대한 피오르 협곡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항해한다. 눈까지 내리는 짓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3층 갑판에 올라 주변 풍광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그중 압권은 바위절벽 위로 낙수를 쏟아내는 폭포다. 간간이 돌고래의 유영을 볼 수 있고 물개 가족도 만난다. 이 바다에 풍부한 클레이피시(바닷가재의 일종)가 이들을 부른다.
오후 2시 40분. 유람선투어가 끝나면 곧바로 퀸스타운 행 버스에 오른다. 4시간 50분의 긴 버스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산악도로로 넘는 가파른 고갯길. 피오르지형을 벗어나자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게 갠다. 중간에 다시 들른 테아나우 마을. 정수리에 하얗게 눈을 인 레이올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한여름에 온다면 멋진 휴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