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절반은 끄덕끄덕 절반은 눈만 껌벅
전공 수업을 들으며 눈만 껌벅거리는 2학년생에게 수학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하소연하고 싶을 정도예요.
D대 건축학과의 한 교수는 미적분 등 고교과정 수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절반을 넘어 대학 수준의 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서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S대 화학과의 한 교수는 화학올림피아드 입상자가 있는가 하면 기본 공식도 모르는 학생이 있어 강의하다 보면 내가 교수인지 중고교 교사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선택과목 중심의 7차 교육과정에서 수학과 과학을 선택하지 않은 고교생들이 대학의 자연계 또는 이공계 학과에 입학하면서 많은 대학이 학력 격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 우열반 편성에 나서기로 했다.
2004학년도부터 수준별로 반을 나눠 수학을 가르쳤던 서울대가 올해부터 과학 과목에도 우열반을 편성하고 튜터(개인교습)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다른 대학들도 수강자격시험, 보충수업 등 학력 격차 해소 대책을 세웠다.
서울대 자연대는 올해부터 화학 물리 생물 강의를 고급반, 일반반, 기초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이들 강의를 들으려는 신입생은 모두 학력평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고급반 학생은 절대평가, 일반반 학생은 상대평가로 학점을 받는다. 기초반 학생은 통과 또는 탈락(S 또는 U)으로만 평가된다.
또 시험과 국제대회 성적 등을 종합해 상위 5%의 학생은 기초교양과목을 면제받고 하위 5% 학생은 1학기에 고교 수준의 강의를 듣고 여름방학에는 기초교양과목을 듣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대 공대는 1학기에 수학과 물리에서 A학점 이상을 받은 3, 4학년생이 신입생에게 개인 교습을 하는 튜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입생들은 수학과 물리 강좌를 들어보고 실력이 처진다고 판단하면 과외를 신청할 수 있다.
서강대 이공대도 올해부터 시험과 고교 내신성적을 고려해 수학 실력이 낮은 학생에게 1학기에 고교 미적분, 여름방학에 대학 미적분 강의를 하기로 했다.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의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강의를 더 들어야 한다.
숭실대는 자연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 시험을 치르고, 미응시생에게는 전공기초수학과목 수강 자격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각 대학에선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학원 강의를 듣거나 스터디그룹을 만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업계고교특별전형으로 지난해 수도권의 공대에 입학한 박모 씨는 수학 때문에 자퇴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면서 삼각함수나 미적분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겨울방학을 이용해 같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