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종의 세계 제패가 쏘아올린 희망
경기 침체와 안보 불안으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올 해이지만 토종들의 잇단 성공 신 화에 그래도 어깨를 펼 수 있었다. 해외유학은커녕 연수조차 변변히 못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선 그들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었다. 위대한 토종의 힘이다.
LG전자 조성진 부사장은 다이렉트 드라이브(DD)기술을 개발해 세계 드럼세탁기 시장을 제패했다.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그는 31년 간 세탁기에 미쳐 살아왔다. 지난주 사내 첫 고졸 부사장이 된 그는 승진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날까봐 걱정했는데, 세탁기를 계속 연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질긴 장인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정상에 선 김연아.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스스로 코치가 돼 딸을 키워낸 어머니의 헌신과 집념이 은반의 기적을 낳았다. 일본만 해도 해마다 유망주를 100명씩 선발해 빙상연맹이 집중 육성한다. 연맹도 국가도 못한 일을 어머니와 딸이 해낸 것이다. 김 선수는 국제대회 참가가 유일한 휴식이라고 할만큼 연습벌레다.
도하 아시아경기 수영 3관왕이자 MVP 박태환. 그도 토종의 힘을 유감없이 세계에 입증해 보였다. 박 선수는 하루 4시간 50분, 16km를 헤엄치는 지옥훈련을 군말 없이 소화해 냈고, 그를 발굴한 노민상 코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니지만 독창적인 훈련방법으로 그를 조련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은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기록 단축을 도왔다.
세계적 권위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 제14회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김주원, 세계 브레이크 댄스를 평정한 비보이(브레이크 보이). 이들도 위대한 토종이다. 모두 남다른 노력과 열정, 아이디어를 통해 한국인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해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것이 우리의 자아실현 곧 자주다. 이 정부 들어 자주가 나라를 뒤흔드는 화두가 됐지만 진정한 자주는 우물 안이 아니라 세계에서 통하는 역량을 지녔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