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빛깔에 대한 상징성은 우리들의 빛깔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이 고양(高揚)된 것이다. 그 상징적 의미를 지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지식화된 색채로서 통용되는 경우도 있다. 꼭 같은 노랑이 빨강 바탕 위에 놓여질 때는 빛나 보이는 노랑이 되지만 분홍색 바탕 위에 놓여질 때에는 퇴색한 노랑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현상은 시각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여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사랑(분홍색의 상징적 의미)이 지배하면 지성(노랑)은 무색해진다라는 상징적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하여 흰색은 순결 등을 상징하고, 검정은 죽음·절망, 빨강은 유혈·혁명·격렬함, 노랑은 혐오·불길함·지혜, 초록색은 안식·생명·희망, 파랑은 청춘·희망·지성·비애·우수, 보라색은 고귀·우아·권위 등으로 상징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색채에 대한 상징적 의미는 색채에 대한 직접적인 감각적 경험에서 어의적 의미(語意的意味)로 지식화되어 간접적으로 경험되기 때문에 우리들을 직접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우리들이 체험하는 색채는 일정불변의 색채(color constancy)가 아니라 지각장(知覺場)에 따라 각각 다른 성질의 색채를 경험한다. 그래서 색채의 상징성을 결정적인 언어 개념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