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개항 전까지 한국 문화의 대부분은 화이적 세계관(華夷的世界觀)에 바탕을 둔 문화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색채 문화도 역시 이러한 바탕에서 형성되었고 오늘에 이르러서도 우리들의 색채 의식 가운데에는 이러한 영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일면이 있다.
음양오행적 우주관에 의하면 동서남북 및 중앙의 오방(五方)이 그 주된 골격을 이룬다. 그리고 각 방위에 해당하는 색은 청·백·적(赤)·흑(黑)·황으로서 양(陽)에 해당하며, 정색이라고 부른다. 동방과 서방의 사이에는 벽색(碧色), 동방과 중앙 사이에는 녹색(綠色), 남방과 서방의 사이에는 홍색, 남방과 북방의 사이에는 자색, 북방과 중앙 사이에는 유황색(騮黃色)을 이루어 이것은 음(陰)에 해당하고, 간색(間色)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오정색(五正色)과 오간색(五間色)은 한국 문화 속의 기본 색이다. 우리 선조들은 음양오행의 이치대로 색채를 생활에 활용하였다. 다섯 가지 정색과 다섯 가지 간색 이외의 색은 자연현상의 변화나 대상물의 색채를 기억할 수 있는 한자의 뜻글자로 표기하였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문헌 속에 기록된 색채어로써는 그 정확한 빛깔을 고증하지 못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