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년부양비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50년에는 한국의 노년부양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다.
노인 빈곤과 청년ㆍ중장년층의 부담 증가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 측면에서도 사회보장이나 은행 예금 등 안정적인 투자처에 기대기보다 중위험ㆍ중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 韓 노년부양비 급속 상승…2050년엔 세계 최고 수준
노년부양비는 전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특히 빠르다.
2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와 통계청, 유엔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기준으로 한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010년 15.1%에서 2030년 38.5%로 23.4%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에 미국의 노년부양비는 19.6%에서 32.6%으로 13.0%포인트, 중국은 11.3%에서 23.9%로 12.6%포인트 각각 상승한다.
스웨덴과 영국의 상승폭은 각각 9.9%포인트, 9.3%포인트에 그친다.
노년부양비란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비율이다.
고령화 사회의 대표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2010년 35.5%에서 2030년 52.9%로 올라 두 시기 모두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재의 고령화 속도로 추산하면 2050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60년 노년부양비가 68.7%로 예상되는데, 한국은 이보다 앞선 2050년 이미 7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030년부터 30년간 42.2%포인트 급등해 2060년에는 80.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8명이 노인 10명을 부양하는 꼴로, 1대 1일에 가깝다.
이는 2위 일본보다 12.0%포인트 높은 수치다. 스페인(59.6%), 스위스(59.0%), 이탈리아(58.3%), 독일(55.5%)이 그 뒤를 잇는다.
미국은 36.8%, 중국은 51.8%, 영국은 43.5%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노년부양비는 더욱 높아진다.
높은 대학진학률과 은퇴시기를 고려해 핵심생산인구(25∼49세)로 계산하면 한국의 실제 노년부양비는 이미 올해 31.0%에 이른다. 벌써 젊은이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2050년에는 157.1%까지 상승한다.
◇ 정부 노년층 생계 대책 절실…"자산관리 힘써야"
노년 인구에 대한 젊은 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을 떨어뜨리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노인 빈곤, 독거노인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일자리 고통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기호 연구소장은 "노년부양비 상승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장년층이 충분히 계획을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 여성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현재 40∼50대는 어른도 부양해야 하고 자식들 교육비에 자산을 탕진한 탓에 재산이 쌓인 인구가 적다"며 "재산을 모으지 못한 세대는 국민연금으로 최저 생계를 유지할 뿐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정비할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도움과 더불어 이제는 생산가능인구 스스로 노년기 생활을 위해 적극적인 자산 운용ㆍ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김진영 소장은 "노년부양비가 높아지는 것은 자녀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만큼 노년층이 청년ㆍ중장년층에 의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크다"며 "젊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부담할 생각도 없어서 부모 세대가 '알아서 해야'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p#分页标题#e#
과거 연 5∼6%였던 시중금리가 현재 연 3%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는 은행 정기예금으로는 노후 대비가 어렵다. 체감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은행 예금이 장기적으로는 손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고성장기를 지나 저금리ㆍ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은행예금 이상의 자산 늘리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강상희 수석연구원은 "물가상승률보다 은행 이자수익이 낮은 상황을 피하려면 고위험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해외채권형 펀드 등을 이용한 중위험ㆍ중수익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소장은 "한국은 그동안 노년을 연금에 의존하는 문화가 강했지만 갈수록 이자는 낮아지고 물가는 높아지면서 이것만으로 수요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며 "위험성이 크지 않은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