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언어학자가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펴내
의학용어 중에 '좌창'과 '절창'이란 게 있다. 좌창은 여드름을, 절창은 베인 상처를 의미하는 단어로 각각 쓰인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어려운 의학용어로 설명한다면 제대로 알아듣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
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와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정인혁 교수, 이화여대 인문학부(언어학) 송영빈 교수는 이처럼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 책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커뮤니케
이션북스 刊)를 2일 발간했다.
의사와 언어학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의 의학용어 순화가 이미 만들어진 용어를 국어 어법에 맞게 바로 잡고 표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기존의 용어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새 전문용어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매우 실천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말 전문용어에 대한 막연한 당위론에서 벗어나 전문용어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들도 보여준다.
대표적 사례가 좌창, 와우, 단골 등의 용어다. 이들 의학용어는 현재 여드름, 달팽이, 짧은뼈 등으로 순화가 이뤄지고 있다.
은 교수는 "피부과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진료 결과를 설명하면서 '보통비늘증'이라는 쉬운 우리말을 두고 '이치티오시스 벌가리스'나 '심상성 어린선'이라고 말한다면 환자와의 소통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문용어 역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모두가 소통 가능한
용어로 변화돼야만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쓰이고 있는 의학용어 중 통일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영어 'disease'가 병, 질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말 큰사전'에서 질병, 질환은 병과 완전히 같은 의미로 돼 있는 만큼 이들을 모두 '병'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영어 'disorder' 역시 장애, 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지만 '장애'로 통일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문했다.
사후피임약이나 응급피임약이라는 용어도 '사후피임제', '응급피임제'로 바꿔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정 상황을 제거시키는 '-약'이란 말 대신 상황을 촉진시키는 '-제'가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이와함께 할창(cleaver wound)은 '찍힌상처', 절창(cutting wound)은 '베인상처', 사창(firearms wound)은 '총상', 관통창(penetrating wound)은 '관통상처'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각각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용어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20여년간 다수의 의학용어집 발간에 참여했으며, 정 교수도 대한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장을 맡아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에 앞장섰다. 송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대표적인 전문용어 연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