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소호 예술거리 , 한국 파주에 헤이리 예술마을이 있다면 중국 베이징에는 798예술거리가 있다. 베이징 따샨즈(大山子)에 위치한 798예술거리는 1950년대 구소련의 지원을 받은 무기들이 밀집 되 있던 군수물자 공장 지대로, 내전종식 후 무기공장이 철수하면서 예술근거지가 절실했던 베이징 근방의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들에게 저렴하게 임대되며 시작됐다.
공장과작품
798
60만 m²의 넓은 부지에 화랑, 갤러리 카페 등 건물 400여 동이 빼곡히 들어차있는 이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나의 문화지구를 형성하기 시작해 점차 명실상부한 예술, 상업, 여행의 중심지로 발돋움 했다. 2001년 칠성그룹이 공장을 인수해 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들이 개발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 빈 공장을 수리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며 작품활동을 벌이면서 적막하던 곳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처럼 새로이 자리를 잡아가던 798예술거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 되었을 때 베이징을 방문했던 수많은 외국인을 매료시키며 타임지, 뉴스위크, 포춘지 등에 전세계에서 가장 문화적 상징성과 발전가능성이 높은 예술도시로 선정 되 창의지구(创意地区), 문화명원(文化名园)의 슬로건을 내세운 베이징 문화의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최근 MBC예능프로 무한도전이 ‘북경스타일’이라는 타이틀로 만리장성과 798예술거리를 배경으로 중국느낌 물씬 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로 인해 798예술거리는 한국인들에게도 낯익은 곳이 되었다. ‘북경스타일’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만리장성과 함께 지정된 것으로만 보아도 798예술거리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북경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798예술거리에 들어서면 곳곳에 기다란 파이프 관들이 짝을 지어 서 있고, 높은 굴뚝이 어우러진 붉은 벽돌의 공장용 건물들은 이곳이 공장지대였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한번쯤 의 문을 가질법한 ‘798’이라는 독특한 명칭은 산업기지내의 한 공장의 번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공장부지가 주는 황량한 느낌에 압도당해 예술거리로서의 우아함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지만 한걸음 한걸음 그 속으로 들어가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독특하고 고풍스런 예술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거리의 조형물
거리 중간중간에 전시된 거대한 조형물들이 형상화된 작품 안에 스며들어있는 예술가의 이념을 사색해보게 하고, 798의 넓은 벽면을 물들이고 있는 알록달록한 그래피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심코 지나가면서 보는 벽면에 새겨진 작은 작품이라도 그 안에 내제되어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각기 다른 주제의 갤러리를 별도의 입장료 없이 구경 할 수 있는 것은 798예술거리의 큰 장점 중 하나 이다. 또한 자신이 관심 있는 갤러리를 선택해 관람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수공예 작품이나, 흑백의 엽서, 인테리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고풍스러운 과거의 느낌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이 곳은 사진작가들의 환영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잡지화보나 웨딩촬영 등의 촬영장소로도 각광받고 있어 곳곳마다 여러 가지 컨셉의 화보촬영이 진행되는 것을 구경하는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p#分页标题#e#
웨딩화보
길거리연주
넓은 거리의 중간중간에는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외국풍의 카페가 즐비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필수코스인 만큼 카페의 메뉴가 다양하고 맛 또한 좋다. 카페거리 곳곳에서는 종종 외국인 관광객들의 즉흥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의 여유로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해외여행을 온 느낌마저 들곤 한다.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길 줄 아는 중국인들에게 798예술거리는 그들의 관심과 열정을 대변해주는 하나의 창(窗)이다.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이 창(窗)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다가 허기가 질 때면, 고픈 배를 채우며 잠깐 동안 낭만의 바다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