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만큼이나 중국의 면 문화는 그 조리 방법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보통 중국의 면 요리 방식은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뉜다. 뜨거운 물에 삶은 국수를 넣은 탕면(湯麵),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볶은 초면(炒麵), 차가운 소스로 버무린 양반면(凉伴麵), 국물에 넣어 끓이는 외면(煨麵), 국수를 삶거나 쪄서 기름에 튀긴 작면(炸麵)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조리 방식에 따라 중국 면 요리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로부터 사랑 받는 대표적인 두 가지 면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① 베이징 짜장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은 베이징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무더운 여름날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을 전후로 베이징의 후통(胡同)을 걷다 보면, 마당이나 대문 앞에 삼삼오오 모인 베이징 사람들이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베이징 사람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의 유래는 시안(西安)에 있다. 1900년 청나라 때의 일이다. 서양의 8개국 연합군의 침공으로 베이징이 점령당하자 광서제와 서태후는 이들의 공격을 피해 시안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고된 피난길에 배고프고 지쳐있던 그들은 시안의 난지에(南街)를 지나던 중 맛있는 짜장면 냄새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처음으로 맛본 짜장면 맛에 반한 서태후는 훗날 베이징으로 환궁한 후에도 짜장면을 맛을 잊지 못하고 짜장면을 요리했던 요리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인다. 그 후 짜장면은 베이징 사람들이 사시사철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짜장면은 한국의 짜장면과는 모습부터 다르다. 중국의 짜장면은 삶아낸 면 위에 춘장, 숙주나물, 오이, 완두콩 등 여러 재료를 곁들여 비벼 먹는다. 한국의 짜장면이 달다면 중국의 짜장면은 짠맛이 강하고 중국 특유의 향신료 맛도 강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짜장면은 춘장을 볶다 물을 넣어 짠맛을 연하게 풀어주어 전체적으로 단맛이 나게끔 만든다.
② 샨시(山西) 따오샤오면(刀削面)
샨시성(山西省)과 면 요리는 약 2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왔다. 그 세월을 반영하듯 샨시성은 중국에서도 면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에서 ‘면(麵)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따오샤오면은 샨시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면 요리다. 따오샤오면의 유래는 약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중국을 점령하고 원나라를 세운 몽골인은 한족의 반란을 막기 위해 집집마다 모든 동과 철을 압수했다. 10가구가 하나의 식칼을 사용하게 했고, 음식을 다 만든 후에는 칼을 다시 관청에 반납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부부는 면을 만들기 위한 칼이 필요했지만, 이미 다른 집에서 사용 중이었다. 칼을 대용할만한 것을 찾던 할아버지는 창고에서 쇳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밀가루 반죽을 손에 쥐고 쇳조각으로 반죽을 깎듯이 썰어 가마에 던져 넣었다. 그 맛은 보통 면 요리보다 더 훌륭했다. 후에도 노부부는 칼 대신 쇳조각을 이용해 면 요리를 만들었다. 따오샤오면의 맛은 입 소문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오늘날 샨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따오샤오면을 만들 때에도 보통 부엌칼이 아닌 특수한 호(弧)모양의 칼이 사용된다. 요리사가 반죽을 깎아 낼 때는 한 손에 반죽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칼로 반죽을 깎아낸다. 깎아 낸 면은 바로 가마에 던져진다. 따오샤오면의 장인은 1분에 200개의 면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따오샤오면은 토마토, 볶은 고기, 양고기, 목이버섯, 달걀등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약간의 식초를 곁들인다면 보다 맛있는 따오샤오면을 맛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