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스타일’ 라오서(老舍)
중국 문학사상 가장 서민적인 작가로 꼽히는 라오서는 1899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부친을 여의고 가세가 기울어 빈한한 생활을 했다. 북경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가 되었다가, 영국 목사의 소개로 런던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로 재직 중,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접하게 된 라오서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후, 라오서는 서양문학의 특징과 자신만의 문풍(文風)을 접목시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귀국한 그는 1936년부터 교수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에 매진, 장편소설 <낙타샹즈(骆驼祥子)〉를 탈고했다.
그의 대표작 〈낙타샹즈〉의 주인공 샹즈(祥子) 는 착하고 성실한 인력거꾼이다.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자신만의 ‘인력거’를 장만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전진한다. 마침내 인력거를 장만하지만 시련이 몰아 닥쳐 인력거를 3번이나 잃어버리게 된다. 샹즈는 보상심리에 빠져 부도덕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며 인력거를 되찾는데 목숨을 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인생은 점점 음지로 빠져들다가 결국 파멸에 이른다. 작가 라오서는 건실했던 청년 샹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이 그의 가치관을 변질시켰고, 도덕관을 타락시켰는지 묻는다.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자란 라오서는 주로 베이징 하층민들의 삶을 그렸다. (라오서의 또 다른 대표작 <사세동당(四世同堂>의 배경 역시 베이징이다.) 그가 그린 ‘베이징’은 생생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라오서는 그 처절함 속에서도 풍자와 해학 그리고 유머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면서 라오서는 반당분자로 내몰렸고, 어린 홍위병들에게 심하게 매질을 당한 뒤 호수에 몸을 던졌다. 라오서의 작품 속 주인공들 역시 대부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라오서’, 그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