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나키스트, 바진(巴金)
바진은 1904년 봉건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부모를 잃었다. 5•.4 운동을 서구사상 을 접하게 된 바진은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아나키즘(무정부주의)에 열광했다. 그 후, 그는 상하이, 난징 등지에서 혁명운동에 참가했다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바진은 한 허름한 여관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 때 완성된 원고가 바로 바진의 처녀작 <멸망(灭亡)>이다.
<멸망>은 호평을 받았다. 그 때부터 바진은 활발한 집필 활동에 돌입하여, <격류삼부작(激流三部曲)>을 발표한다. 격류삼부작의 제 1부인 <가家>는 봉건 예교(禮教) 를 무겁게 비판한다. 주인공 줴신(觉新)은 부족한 것 없는 전도유망한 청년이지만, 봉건 예교의 굴레에 갇혀 꿈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보낸다. 강압적으로 강요되는 ‘효(孝)’와 미신 때문에 결국 자신의 아이를 낳던 부인까지 죽게 된다. 그러나 줴신은 반항하지 못한다. 바진은 줴신을 통해 ‘봉건적인 윤리’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비윤리적 행위’들을 고발했다.
《가》에는 줴후이(觉慧)도 있다. 막내 줴후이는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고 있다. 윗세대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줴후이는 그녀가 죽자 "내가 그녀를 죽인 살인자야. 아니, 나뿐 아니라 우리 가정, 우리 사회가 모두 살인자야!"라고 한다. 사회제도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대혁명 때 바진은 아나키즘 성향 때문에 반혁명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혹독한 비판과 픽박을 받는다. 중국 문단을 뒤 흔든 이 대문호는 악성중피세포종양과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 2005년 10월에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