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종이(紙)는 빼놓을 수 없는 발명일 것이다. 과거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대나무나 동물의 뼈를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친구에게 편지 한 장을 보내기 위해서는 한 보따리의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챙겨야만 했다.
서기 105년 채륜(蔡倫)이 발명한 종이는 인류의 기록 작업에 대변혁을 가져다 주었다. 누구나 종이 위에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이를 자신의 후손들에게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종이가 없었다면 과거 우리 조상들의 역사는 오늘날만큼 잘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대한 종이도 문명의 발전에 밀려 뒷전으로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20세기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 종이에 기록하던 수많은 정보들은 모두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미래학자는 머지않아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과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종이가 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에 앞서 종이의 역사를 파헤쳐보자.
갑골문(甲骨文)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중국의 문자 기록 역사를 살펴보면 약 3,500년 전 상은(商殷)나라 때에 거북이의 등껍질과 짐승의 뼈에 글자를 새긴 갑골문(甲骨文)과 청동기에 글자를 새긴 종정문(鐘鼎文)이 있었다.
죽간(竹簡)
춘추(春秋)시대에는 죽간(竹簡)이나 목판에다 글자를 기록하였고, 전한(前漢) 시대에 귀족들은 비단이나 부드럽고 얇은 천에 글을 기록했다. 죽간이나 비단 위에 문자를 기록하는 것은 갑골에 비해서는 수월했다. 하지만 죽간은 무겁기 때문에 운반이 불편했고, 비단은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가볍고 실용적인 필기재료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리하여 초보적인 형태의 종이가 등장했는데, 전한(前漢) 시대에 대마(大麻)와 모시로 만든 파교지(灞橋紙)와 한대(漢代) 유적지에서 발굴된 종이 지도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재질이 매우 좋지 않아 기록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이에 궁정 기물을 제조 관리하는 상방령(尙方令)이란 직책을 맡고 있던 채륜(蔡倫)이 이전 제지술(製紙術)의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종이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필사에 적합한 식물섬유의 종이를 제조해 냈다.
채륜(蔡倫)
그의 제지술(製紙術)은 기본적으로 원료를 분리하고 세척하여 펄프 형태로 빻아 편편한 판에다 고르게 펴서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현재 종이 제조법의 원시형태라 할 수 있다. 이후 제지술은 끊임없이 개선되어 대나무 발을 이용해 펄프를 채취하는 방법으로까지 발전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종이는 이렇듯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위대한 발명품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위에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과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종이는 사라질까?
서점에서 산 책 한 권과 인터넷에서 구매한 전자책의 느낌은 같을 수 없다. 아직까지 독서라는 행위는 책을 어루만질 때의 감촉, 책에서 나는 냄새,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할 때 더 온전하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독서를 독서로서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종이는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