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고성식 기자 = "매일 구직 사이트를 보며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밤에 대리운전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많이 올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로 제주에서 중국어 관광 통역을 하던 안내사(이하 중국인 관광 가이드)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3일 제주도 중국어 통역 안내사협회에 따르면 제주 방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끊기며 관광 안내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중국인 관광 가이드는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에서 활동하던 중국인 관광 가이드 800명의 62% 정도가 휴업 상태다.
자격증 없이 관광 안내업을 해 해마다 문제시됐던 무자격 가이드 1천여명은 관광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유커 수천명을 태우고 제주에 입항했던 국제 크루즈선도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항공편을 통해 오는 단체 관광객의 발길도 끊겼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가이드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단기 일자리에도 뛰어들었다.
가이드 김모(34)씨는 생활비라도 벌려고 일주일 전부터 대리운전하고 있다.
노모(38)씨는 통·번역 등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나 한중 관계 악화로 마땅한 일감을 찾지 못했다.
대출 이자를 갚으려고 건설 현장 일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쪽박, 중국은 대박'이라는 신화가 통했는데 현재는 중국인 관광 가이드보다 일본어 통역 관광안내사가 되려는 반대의 상황도 생기고 있다.
가이드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에도 몇 달씩 단체 관광객이 끊겼지만, 현재와 같이 전면 중단된 일은 없다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강영순 도 중국어 통역 안내사협회장은 "자영업 개념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가이드들은 일감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며 "택시 운전을 알아보거나 일본이나 태국, 베트남어를 공부해 업종을 전환하려는 이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협회는 사드 배치 추진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관광을 금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주려는 혜택이 자영업자인 프리랜서 가이드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안전과 언어, 문화, 역사 등의 관광 안내 교육을 받으며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교육 지원만이라도 정부가 챙겨주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