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갑 칠득 팔복, 꽹과리 징 등 악기를 하나씩 들고 장단을 친다.
구경꾼들 몰려 있다.
장생, 공길의 손을 잡고 구경꾼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간다.
공길, 광대들을 주시한다.
장생, 품에서 훔친 떡을 꺼내 광대들을 보고 있는 공길에게 건넨다.
공길, ‘하여간 못 말려~’ 하는 표정으로 장생을 본다.
장생, 씨익 웃으며 떡을 베어 물고 광대들을 본다.
육갑, 칠득과 팔복의 장단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놀이판을 휘젓는다.
구경꾼들 웃는다.
육갑
(꽹과리로 장단을 정리하며)
자,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이네 몸이 어르신들 앞에서 살판을 한번 놀아 보것는디,
잘 보시고 볼만하면 엽전이나 몇 푼씩 던져 주쇼.
자~ 그럼 살판나게 시작합니다.
육갑, 긴 멍석 위에서 앞으로 재주(앞곤두)를 넘는다.
구경꾼들 그럭저럭 재밌어 한다.
육갑 이번엔 뒤로 넘기(뒷곤두)를 하고 나름대로 멋지게 착지한다.
육갑
(칠득에게)
내 정신이 어질어질헌데,
엽전 몇 닢이라도 좀 던져주면 힘을 내서 좀 더 놀아보고
안 그러면 이만 할라네.
칠득
(구경꾼들을 향해)
샌님네들 어쩔깝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엽전 몇 닢 던져줘야 계속
논다는데, 그만 내칠까요?
팔복, 소쿠리를 들고 구경꾼들 사이를 누비며 엽전을 구걸하는 아양을 떤다.
구경꾼 몇, 엽전을 던져준다.
장생, 엽전을 본다.
먹다 남은 떡을 공길에게 건네주고 공길이 뭐라 물을 세도 없이 불쑥 앞으로 나선다.
장생
에라, 이놈아.
그것도 재주라고 넘고 엽전을 바라냐?
육갑, 인상이 구겨진다.
칠득, 장생을 막아서려 하는데 육갑이 두고 보려는 듯 제지한다.
장생
자, 샌님네들 진짜 재주 한번 보실랍니까?
장생, 육갑을 보며 손에 침을 퉤퉤 뱉더니 공길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보낸다.
장생의 땅재주가 시작된다.
육갑보다 훨씬 빠르고 유려하다.
구경꾼들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공길, 자기가 재주를 넘기라도 하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장생, 착지하고 씨익 웃으며 구경꾼들을 둘러보다 육갑과 눈이 마주친다.
육갑
(구경꾼들의 반응에 당황하다 다급하게)
허허~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군지,
곳 잘 노네 그려.
이왕 한양까지 왔으니 내 한 수 가르쳐 주마.
눈 똑똑히 뜨고 배워가거라, 이놈아.
육갑, 땅에 놔둔 장대를 집어 들더니 달리다 장대를 집고 연속해 재주를 넘는다.
구경꾼들 탄성.
장생, 빙긋이 웃으며 공길을 본다.
공길 역시 여유 있는 표정으로 미소 짓는다.
장생
네 이 놈!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진작 선뵐 것이지.
그러~나!
여기 모이신 샌님들 재주 보시는 안목이 워낙
고매하신지라,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놈아!
안 그렇습니까요?
구경꾼들 “그럼, 그럼”하며 즐겁게 동조한다.
장생
이번엔 이 놈이 쌍으로 넘는 재주를 선뵐테니,
눈들 크게 뜨고 잘들 보쇼.
장생, 공길을 쳐다본다.
구경꾼들, 공길에게 시선을 모은다.
공길 나선다.
구경꾼들, 연약해 보이는 공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장생과 공길, 완벽한 하모니로 고난이도 땅재주를 선보인다.
구경꾼들 탄성 더 커진다.
육갑의 인상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살판 구경꾼1
이 놈들, 엽전을 한 놈한테 몰아 줄테니,
어느 놈 재주가 살판이고,
어느 놈 재주가 죽을 판인지 화로 살판으로
결판을 한번 내봐라.
구경꾼들 “그래, 그래”하며 동조한다.
(jump)
칠득과 팔복, 두 개의 화로에 뻘겋게 달아 오른 숯을 옮겨 담고 있다.
긴장하며 육갑을 바라본다.
육갑, 결연한 표정으로 화로에 담기는 숯을 바라본다.
칠득과 팔복, 화로를 하나씩 들고 장생과 육갑에게 다가와 전한다.
장생과 육갑, 빨간 숯이 가득한 화로 하나씩을 받아들고 나란히 선다.
칠득과 팔복,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단을 친다.
장생과 육갑, 긴장되는지 침을 꼴딱 삼킨다.
힘찬 징소리.
장생과 육갑, 천천히 뒤로 돌아선다.
육갑, 비장한 표정으로 장생을 바라본다.
장생, 여유 있는 표정으로 화답하고 앞에 있는 공길을 본다.
장생과 육갑, 동시에 화로를 든 채 뒤로 재주를 넘는다.
완벽하게 성공하는 장생.
육갑은 숯을 뒤집어쓰고 옷에 불이 붙는다.
육갑, 발버둥치고 칠득과 팔복 달라붙어 불을 끄느라 난리를 피운다.
육갑에게 물이 쏟아진다.
옷에 붙었던 불이 꺼진다.
육갑,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빈 물 양동이를 들고 서있는 공길을 본다.
구경꾼들 폭소를 터뜨리며 장생 앞으로 엽전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