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대만 자료들 어지러이 놓인. 경민 캐주얼 차림에 야구모자 쓰고 있는.
다정 : 오승아 진짜 의리 있다. 완전 감동이다.
영은 : 감동할 일도 쌨다. 나보고 하랬어봐. 한 10년은 해주지.
그리고 앞으로 너 내 앞에서 ‘의리’ ‘진심’ 뭐 그딴 말 하지마.
다정 : 왜요?
영은 : (도끼눈) 슷! 하지 말람 하지 마.
현수 : 어쨌든 오승아 덕에 수월하게 풀렸어요. 그래서 헌팅 일정 의논,
경민 : 잠깐만요. (하고 영은에게) 해외촬영 꼭 해야 해요?
영은 : 뭔 소리에요?
경민 : 시간도 없는데 굳이 가야 되나 싶어서요.
영은 : 당연히 가야죠. 엔딩인데. 요즘 해외 촬영 안 하는 드라마가 어딨어요.
경민 : 그래서 가는 거면 더 안 되죠. 꼭 필요해도 갈까 말깐데.
영은 : 꼭 필요해요. 16부 엔딩인데 힘줘야죠. 은석이 은형을 호주로 보내기 전에
차마 동생 혼자 그 먼 곳까지 보낼 수 없어 경유지까지 바래다주는 언니의 마음.
대만이 두 자매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지라구요. 이해가 안 되세요?
경민 : 그럴 거면 호주까지 가야죠. 왜 대만까지만 가요.
영은 : 호주는 우리가 협찬을 못 받았잖아요.
경민 : 그럼 한국에서 찍으면 되죠.
영은 : 외국을 가야 이별이 실감나죠. 그래야 격한 감정에 휩싸이고.
“은형아 가지마. 언니랑 살자. 나 너 못 보내겠다. 사, 사, 사랑해 은형아!”
달려와 안는다. 카메라 돈다. 컷트!
경민 : 작가가 글로 승불 봐야지 왜 장소에 집착해요?
영은 : 어우, 증말. 시간 땜에 그러시는 거면 헌팅 안 가도 돼요.
저 잡아 온 데가 대만이에요. 안 보고도 쓸 수 있어요.
경민 : 난 안 보고 못 찍어요. (하고 현수에게) 일정상 2차 헌팅은 힘들 거 같으니까
이번에 제대로 보고 와야 해요. 현지 프로덕션 섭외 되면 로케이션 매니저한테
미리 볼만한 곳 좀 찍어놓으라고 해요. 그래야 시간 절약 돼요.
현수 : 이미 섭외해 놨어요. 출발 날짠 A안 B안이 있어요. A안은 다음 주 수요일
출발이구 부소장 동행이에요. B안은 다다음 준데 그땐 두 분만 가시는 거구요.
영은 : 당근 A안이지. 5, 6 부 주말이면 나오니까 시간 그렇게 타이트 하지 않아.
경민 : 가기 전에 진대표네 배우 만나야죠.
영은 : 미팅 잡어. 아, 우리 누구 만날 때 물고기 좀 그만 먹자. 뱃속이 아주 어항이다.
현수 : 그럼 한정식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