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엇이든 가방에 넣는 버릇이 있다.
도장 찍힌 이혼 서류, 금간 거울,
부릅뜬 남자의 눈알, 뒤축 닳은 신발.
십 년전에 가출한 아들마저 꼬깃꼬깃 가방에 구겨 넣는다.
그녀의 일과는 깨진 접시 주워 담기
뻑뻑한 지퍼를 열고 방금 깨뜨린 접시를 가방에 담는다.
맨손으로 접시조각을 밀어 넣는 그녀는 허술한 쓰레기봉투를 믿지 않는다.
적금통장도 자식도 불안하다. 오직 가방만 믿는다.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
으로 터질 듯 빵빵한 가방, 열리지 않는 저 여자.
- 마경덕의《가방, 혹은 여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