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날엔 비가 내려 흐려도 투명하거나
어느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같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골목 어귀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날은 잎을 틔우고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나고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가는 빈 가지가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