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배는 친구 준희를 통해 조선족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조선족이란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세 사람은 학교 앞의 카페에서 만났다.
준희 인사하세요, 이 쪽은 박 현배인데 미국에서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공부하러 와 있지요. 이 쪽은 중국 북경대학에서 온 김 만철이에요.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랍니다.
현배 안녕하세요. 조선족은 중국 교포이지요?
만철 그렇지요. 저는 교환 학생으로 와서 역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현배 우리말을 아주 잘 하시네요. 중국에서도 한국 말을 많이 쓰나요?
만철 학교에서는 조선 말을 쓸 기회가 전혀 없어요. 그러나 제 고향 연변에서는 조선말을 많이 써요. 자랄 때 집에서는 조선말만 사용했어요. 미국 교포들은 어때요?
현배 어디에 사는 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한국인이 드문 곳에서 살다 보니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었어요.
준희 중국에서 쓰는 한국어, 아니 조선 말은 북한 말에 더 가까워요?
만철 예, 서울 말과는 달라요. 액센트가 특히 다르지요.
현배 제가 북한 말을 들으면 전혀 못 알아 들을까요?
만철 전혀 못 알아 들을 정도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서울에 와 보니 서구에서 들어온 외래어가 특히 많군요. 처음에 엘리베이터, 에어콘 등이 무슨 소린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었어요.
현배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영어 외래어는 발음이 영 달라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어요.
준희 뭐 드시겠어요? 커피, 콜라, 쥬스?
만철 외래어 하나 또 배웠네요.
종업원 주문하시겠어요?
준희 커피 두 잔하고 오렌지 쥬스 한잔 주세요. 빨리요.
현배 하하, 한국은 정말 바쁜 나라인가 봐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빨리, 빨리' 랍니다. 하하.
만철 맞아요.
준희 그렇지만 그 '빨리 빨리' 덕택에7 한국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