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룸 메이트가 조카 생일에 무슨 선물을 사면 좋겠냐고 물어 봤다. 현배는 어렸을 때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던 생각이 나서 한국 동화책을 한 권 사주라고 했다. 친구와 같이 서점에 가 보니 이야기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를 골랐다.
옛날 삼국시대 고구려에 평강왕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 왕에게는 예쁘고 어린 평강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주는 너무 많이 울어서 사람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아버지 평강왕은 공주가 울 때면,"그렇게 자꾸 울면 다음에 커서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게 하겠다"고 놀렸습니다.
바보 온달은 그 나라에서 너무나 유명한 바보라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온달은 어머니와 같이 사는데 집이 너무 가난해서 떨어진 옷을 입고 떨어진 신발을 신었습니다. 그런데 온달은 사람들이 '바보 온달'이라고 놀려도 항상 웃고 다녔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평강 공주가 열 여섯 살이 되자 왕은 공주를 시집 보내려고 훌륭한 사윗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평강 공주는 좋은 신랑감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관심을 보이기는 커녕" 아버지께서 저에게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셨으니 저는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가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왕은 놀라서 "그건 농담이었지. 네가 그 말을 정말이라고 생각할 줄 나는 몰랐다" 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왕이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왕은 고집을 부리는 공주에게 너무 화가 나서 공주를 쫓아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궁전을 나와서 바보 온달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온달은 아주 놀랐지만 공주의 사정을 듣고 공주와 결혼을 했습니다.
공주는 가지고 온 패물로 좋은 말을 사서 온달에게 줬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온달에게 글읽기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온달은 부인의 정성에 감동해서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말 타는 연습을 했습니다.
해마다 봄 3월 3일에 온 나라의 국민들을 모아 놓고 왕이 무술 대회를 열었습니다. 온달도 그 대회에 나갔는데 아무도 온달보다 무술을 잘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왕은 온달에게 "훌륭한 무술이구나.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네, 제 이름은 온달입니다." 대답을 들은 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온달에게 벼슬을 주었습니다. 그 후 나라에 전쟁이 있을 때마다 온달은 전쟁에 나가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몇 년 후에 신라가 고구려에 쳐들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온달은 제일 앞에 나가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온달은 용감하게 싸우다가 적의 화살에 맞아 죽게 되었습니다. 죽은 온달의 몸을 넣은 관을 옮기려고 하는데 온달의 관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평강 공주는 울며 전쟁터로 달려왔습니다. 공주가 온달의 관을 잡은 채,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사가 이미 결정되고 전쟁이 끝났으니 돌아갑시다. 제가 모시고 가겠어요." 그러자 꼼짝도 안 하던 관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같이 슬프게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