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의식(儀式)과 빛깔
백색과 흑색은 음(陰)에 해당하는 서방과 북방의 색으로서 흉례 때에 많이 사용된다. 길례·빈례·가례와 같은 의식 때에는 적색과 청색과 같은 양(陽)에 해당하는 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악귀를 쫓거나 예방하는 의식에도 주로 적색과 청색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귀신 음양(鬼神陰陽 : 鬼는 陰이고, 神은 陽이라는 뜻)이라는 이치에서 음에는 양으로 대치함으로써 중화시킬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예로는 다음과 같다. 흉귀를 쫓는 조선시대의 계동나의(季冬儺儀)라는 의식에서는 동자(童子) 48인이 적색 의상을 입고 공인(工人) 20인이 적건(赤巾)과 적색 의상을 입는다. 임금이 위독하면 액정서에서 붉은 비단에 도끼를 그려 넣은 병풍인 보의(黼扆)를 설치한다. 오늘날까지 풍습으로 남아 있는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 집 사방에 뿌린다. 사자(死者)의 관(棺)에 옻칠을 하고 안에 붉은 비단을 사방에 붙인다 등등.
따라서 만물이 무성하는 남방의 색인 적색(또는 朱色)과 해가 뜨는 동방의 색인 청색은 양색으로서 악귀를 쫓는 색으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색을 벽사 색(辟邪色)이라고 부른다. 또한 적색과 청색은 연중 중요한 명절의 길흉사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청색(이 경우의 청색은 靑·綠·紫·藍 모두 해당된다) 역시 벽사 색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출생 시 문전에 송죽(松竹)의 청지(靑枝)를 꽂으며, 금침의 잇색은 쪽색[藍色]이다. 그리고 사주포(四柱包)는 청과 홍색으로 하고 서낭당을 지날 때에 돌이나 청지를 꽂아야 길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