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밝아 흰 화살 깃 찾아봤더니 바윗돌 모서리에 박혀 있었네.
(林暗草驚風, 將軍夜引弓. 平明尋白羽, 沒在石H中)
―‘새하곡(塞下曲)’ 제2수·노륜(盧綸·739∼799)
이광(李廣)이란 한나라 장수가 있었다. 중원 땅을 노리던 북방 흉노족이 비(飛)장군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던 용장이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기록된 일화. ‘이광이 사냥을 나갔다가 풀숲의 바위를 보고 호랑이라 여겨 활을 쏘았다. 화살이 돌에 적중하여 그 가운데 박혔다. 자세히 보니 돌이었다. 다시 한 번 쏘았더니 더 이상 바위에 박히지 않았다.’ 역사가가 담담하게 장군의 궁술과 위력을 기술한 데 비해 시인은 그 영웅적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극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려 고심했다.
풀숲이 바람에 들척들척하는 장면을 ‘놀람’으로 표현했으니 장군도 독자도 섬뜩한 느낌이 더 강했으리라. 화살촉의 향방을 즉석에서 가리지 않고 다음 날 새벽에야 밝힌 것은 박진감을 더하려는 교묘한 안배로 보인다. 화살촉이 바윗돌의 중앙이 아닌 모서리에 박혔다고 한 것 또한 장군의 신묘한 궁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장군이 시험 삼아 재차 활시위를 당긴 대목을 굳이 생략해버린 건 그 위신을 배려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사를 변용하는 시인의 은근하고 함축적인 솜씨가 그래서 더 곡진(曲盡)하다. 문학적 형상화가 어떻게 사실(史實)의 기록과 구별되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사례라 하겠다.
노륜의 ‘새하곡’은 모두 6수로 이루어진 연작시. 새(塞)란 국경 지대인 변방을 뜻한다. 이백 등 많은 시인들이 을씨년스러운 변방의 풍광, 병사의 생활이나 향수를 노래하면서 ‘새하곡’, ‘새상곡(塞上曲)’, ‘종군행(從軍行)’ 등으로 시제를 삼았는데 주제나 분위기가 서로 어슷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