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야 끊어질 듯 잦아드는 울음,/나무는 무심하게 저 홀로 푸르구나.
낮은 벼슬 탓에 나무 인형처럼 물 위를 떠돌았으니/고향의 전원은 온통 잡초 무성하리니. 수고롭게 그대만이 날 일깨워준다만/집안이 청빈하기는 마찬가지라네.
(本以高難飽, 徒勞恨費聲. 五更疏欲斷, 一樹碧無情. 薄宦梗猶泛, 故園蕪已平. 煩君最相警, 我亦擧家淸.)
―‘매미(선·蟬)’·이상은(李商隱·812∼858)
옛사람은 매미가 이슬만 먹고 사는 고고(孤高)한 존재로 보아 청빈한 선비에 견주었다. 자신의 안식처이자 버팀목이 되어줄 나무에 붙어 새벽녘까지 울어대지만 나무는 무심한 채 저 홀로 푸르다. ‘높은 곳에 사느라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밤새 울음으로 한을 달래는 매미’,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시인은 기댈 곳 없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으리라. 하나 미관말직을 전전하며 타향을 떠도는 나에게 무슨 위안이 더 있으랴. 그대의 울음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다 한들 마땅한 버팀목이라곤 없는 나약한 신세인 건 매한가지다. 금의환향은커녕 황폐해진 고향 땅을 찾아봐야 가난을 면키는 어려울 터다.
한시 속의 매미는 어떤 형상일까. 가도(賈島)는 “꽃이슬 배 속에 가득하지만 티끌이 잘못하여 네 눈동자를 찔렀구나. 꾀꼬리며 솔개가 한데 어울려 너를 해치려 마음먹고 있네”(‘병든 매미’)라 했고, 낙빈왕(駱賓王)은 “이슬이 무거워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람 세찬 탓에 울음소리는 쉬 가라앉네”(‘매미를 노래하다’)라 했으니 하나같이 핍박받거나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약자로 등장한다. 우세남(虞世南)은 “높은 곳에 살기에 그 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이지 가을바람에 기댄 때문은 아니라네”(‘매미’)라 하여 매미 특유의 기품과 기량에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