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임고로 돌아오다(야귀임고·夜歸臨皐)’, ‘임강선(臨江仙)’ (소식·蘇軾·1037∼1101)
정쟁에 휘말려 조정에서 밀려나 후베이(湖北)성 황저우(黃州)로 좌천된 소동파. 자주 인근 동파에 있는 친구 집을 들락거렸다. 친구와 통음하고 이슥한 야밤에 숙소로 돌아왔지만 심부름하는 아이는 벌써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드르렁드르렁 아이의 코 고는 소리와 강물 소리의 절묘한 하모니, 문득 팍팍했던 삶의 궤적이 아릿아릿 오버랩되어 펼쳐진다. 온갖 집착과 다툼에 휘둘려 온전히 내가 나인 채로 살아보지 못한 회한, 그게 관리로서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격랑 속에서 애면글면 움켜쥐려 했던 허욕의 굴레에서 벗어나 저리도 잔잔한 강물 위를 작은 배 하나로 유유히 떠돌고 싶었을 것이다. 평소 ‘장자(莊子)’에 심취했던 시인.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가 잠시 내게 맡겨둔 형체일 뿐”이라거나 “자신의 몸과 본성을 온전히 보전하려면 세상사에 아등바등 얽매이지 말라”는 장자의 교훈을 곱씹고 있다.
1, 2절로 된 이 노래는 송대에 번성한 사(詞)라는 운문 장르인데 5·7언 정형시와는 형식이 다르다. ‘임강선’은 곡명으로 형식과 분위기를 나타낼 뿐 제목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