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의 원작자, 장아이링(张爱玲)
‘색계’의 원작자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장아이링은 중국의 대표 여류작가다. 장아이링은 1920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 아편과 도박 중독인 아버지, 홀로 영국으로 떠난 어머니, 새어머니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그녀의 유년시절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녹록하지 않은 삶을 견디며 홍콩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1941년 일본군이 홍콩을 점령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상하이로 돌아와 잡지 연재를 시작했다.
장아이링은 소설을 쓸 때, 정치색을 배제하고 남녀의 ‘사랑’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낭만적이거나, 아름답기 보다는 현실 그 자체다. <경성지련倾城之恋>의 여주인공 바이류쑤(白流苏)는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가족들은 경제력 없는 그녀를 홀대한다. 그녀는 갑부와 재혼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여기고, 동남아의 거부 화교 판류위엔(范柳原)과 결혼하기 위해 애를 쓴다. 결국 결혼에 성공하지만, 그녀는 판류위엔을 사랑하지 않았다. 판류위엔이라는 ‘울타리’만 사랑했을 뿐이다.
장아이링의 소설 속에는 잔 다르크도, 뮬란도 없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혼자 힘으로 일어서지도, 그렇다고 주저앉아 버리지도 않는다. 장아이링은 그 시대의 수동적인 여성들을 작품에 그대로 그려냈다. 그녀의 작품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진실했다.
1949년 중국 신정부가 수립되자 그녀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1995년 LA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일주일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