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뒤에서 두개의 남자 인형이 올라온다.
공길, 인형을 바라본다.
병풍 뒤에서 연산의 목소리가 들린다.
연산(off-sound)
(어린 목소리로)
아바마마, 어미가 그립습니다.
(무섭고 엄한 목소리로)
어미는 생각하지도, 입 밖에 내지도 말라 하지
않았느냐!
(가여운 목소리로)
아바마마, 한번만이라도 어미를...
(엄한 목소리로)
심약한 놈!
니가 그러고도 만 백성의 지아비가 될 수 있겠느냐?
작은 인형, 움츠러들다 큰 인형과 함께 병풍 밑으로 사라진다.
공길 슬픈 눈으로 사라지는 인형을 바라본다.
인형들, 다시 올라온다.
작은 인형 한 쪽으로 가려한다.
연산(off-sound)
아니 되옵니다.
작은 인형, 반대편으로 돌아 움직인다.
연산(off-sound)
아니 되옵니다.
작은 인형, 병풍 밑으로 내려 가려한다.
연산(off-sound)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하는 연산의 소리 점점 더 단호하고 차갑다.
작은 인형이 조금만 움직이려하면 큰 인형이 연신 “아니 되옵니다”를 외쳐댄다.
작은 인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공길 안타까운 눈으로 작은 인형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