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이 피어
누가 짜드라 웃고 있다
무심코 웃음 끝을 거들다가
총총한 눈살에 갇힌 몸이
하늘이 노란 탓도 곱다시 죄가 되어
마누라 치마폭에 숨기는 멋적어도
작은 기미(幾微)들이 모여서
대단한 느낌으로 살아있는 대목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까
꽃이 피면 때맞추어
실없이 미치고 싶은 속마음을
따로 건사하지 못하고
박물관 구경 나선 길에
입구에서 그만 들켜버리고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저기 저기 짜드라 웃고만 있다
- 강세화의《산수유 꽃이 피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