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사부님의 치료는 가망이 없나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장차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 가엾은 사부님!」
하림은 처량한 기색으로 눈물을 흘렸다.
「울지 마. 우리 손이나 씻을까?」
둘은 나란히 냇가에서 얼굴을 씻었다.
양몽환은 하림의 앞머리를 쓰다듬으며
「왜 그렇게 울기를 잘하지?」
「슬프면 눈물이 나와요. 잘 우는 것이 아녜요.」
양몽환은 웃음이 나왔으나 무안할까 싶어 참았다. 그때 어디서인지 픽!
하는 비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았으나 아무 그림
자도 보이지 않았다.
하림도 역시 웃음소리를 듣고 사방을 자세히 보았으나 역시 아무도 없
었다. 하림은 양몽환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사람의 웃음소리가 아니에요?」
「무공이 대단한 사람의 웃음소리 같은데!」
「그럼 빨리 사부님께 알리죠?」
「잠깐!」
「왜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사부님께 말씀드릴 수는 없어!」
하림은 알아차린 듯 고개만 끄덕였다.
일양자 일행은 다시 길을 재촉하여 과연 점심때쯤 작은 마을에 다다랐
다.
마침 점심때라 일양자 일행과 함께 음식점으로 들어가던 양몽환은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고아하고 푸른 두루마
기를 입은 여인은 많은 사람들 속에 끼어 혼자 특출하게 식탁 머리에 앉
아 있었다.
홀연, 그 고상한 여인은 얼굴을 돌려 양몽환을 보고 생끗이 웃는 것이
었다. 그러자 양몽환은 그녀의 호수와 같이 맑은 눈에서 번개 같은 광채
가 번쩍이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외면해 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일양자가 약제를 사 가지고 오자 양몽환은 약을 받아 들며 다시
여인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러나 여인은 태연하게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
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귀함을 느끼게 하는 인상이므로 양몽환은 이
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생각하면서 사부님을 따라 안뜰로 들어서자 일양자는 구원에게 빨
리 손을 쓰도록 재촉했다.
구원은 치료 도구를 준비한 후 불을 피우라는 말을 하고 큰 솥에 일양
자가 구해온 약제와 다른 독초를 넣고 끓였다. 구원은 펄펄 끓는 초를 보
고 일양자에게 말했다.
「먼저 당신 사매의 도포를 벗기시오 그리고 상처에 수증기를 쬐인 후
독을 뽑아내도록 합시다.」
일양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치료방법은 없소?」
그러자 구원은
「금선사는 천하에서 가장 독한 뱀이요 더구나 그녀의 생사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요. 다른 방법이라고는 나도 모르오.」
할 수 없이 혜진자 옆으로 다가간 일양자는 차마 옷을 벗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혜진자의 가는 음성이 들렸다.
「무슨 말씀이 라도?」
그제야 용기를 얻은 일양자는 눈을 감았다 뜨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옷을 벗고 증기를 쐬어야 한답니다. 하림에게 부축토록 하고 속히 옷
을 벗으시오.」
「사독을 뽑는다는 말인가요? 그만 두겠어요 이미 죽기를 결심한 몸입니
다.」
「안 돼요 당신이 십년만 더 생명을 보존한다면 천하를 뒤져서라도 명약
을 찾아 당신의 공력을 회복하게 하고야 말겠소.」
하는 일양자의 얼굴은 비통하기만 했다.
「만약 영약을 구하지 못하면?」
「구원을 죽이 후 자결하겠소.」
이 말을 들은 혜진자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하림 혼자만 남으면 어에 곤륜파를 유지해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