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귀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일양자는 쓴 웃음을 짓고 말했다.
「천재적인 몽환이가 십년 후면 틀림없이 빛을 낼 것이니 걱정 없소!」
「십년 후의 일을 지금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하고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훌훌 옷을 벗었다. 구원은 수증기를 쪼이는 방
법을 동숙정과 하림에게 일러주고 일양자와 밖으로 나왔다.
동숙정은 혜진자를 대나무 침대에 누인 후 대나무 침대를 펄펄 끓는 솥
위에 걸쳐 놓았다. 그러자 뜨거운 김은 혜진자의 몸을 감싸고 땀이 비 오
듯 흘러 내렸다. 이윽고 혜진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동숙정과 하림은
울상을 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스승을 쳐다보며 쉴 새 없이 땀을 씻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물같이 줄줄 흐르던 땀은 펄펄 끓는 솥 안으로 떨어
지는 것이었다. 동숙정은 하림과 함께 스승을 침대 위에 옮기고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는 곧 구원과 스승을 불렀다.
구원은 작은 은장도로 혜진자의 상처를 째고 두 손으로 짰다. 그곳에서
는 시커먼 검정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나중에는 뻘건 피가 흘러나오자 구
원은 또 품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어 상처에 흰 가루약을 발랐다.
그리고는 일양자를 보고 말했다.
「이젠 되었소. 열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이 약을 발라 주면 십 년 안에
는 절대로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리고 팔보 화독산(八寶 化毒散)을
부러진 뼈를 이어 준데 감사의 뜻으로 선사하오. 저는 화산에 가서 문공
태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니 만일 제가 죽지 않는다면 저를 찾아와
복수를 하시오.」
일양자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십년 안에 복수는 않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들이 저와 싸울 때처럼 다른 곳에서 다른 일에 부딪쳤을
때 그런 정을 베풀어 주는 것을 희망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나 피치 못할 경우라면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오.」
구원은 사두지팡이를 들고 두 손으로 읍하며 떠나자 일양자는 합장을
하며 그를 보낸 후 나지막하게 양몽환에게 분부했다.
「다들 가서 쉬어라.」
자기 방에 돌아온 양몽환은 며칠 동안에 발생한 여러 가지의 일이 감개
무량했다.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쉰 양몽환은 천천히 창가에 다가가 먼 밤하
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유성처럼 흰 물체가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 마리의 큰 백학이었다.
백학이 머리 위를 날아간 후,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백학은 산에서
날아 온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런데 백학은 며칠 동안 이상하게도 항
상 우리를 암암리에 미행하고 있는 듯 한 데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러나 미행한 사람의 정체를 보지 못한 그로서는 누구에게도 어떻다는
명백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백학이 또다시 나타났다. 양몽환은 스승에게 이야기를 할 것을 결
심하고 창문을 받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혜진자는 아주 달콤한 잠에 들
었고 일양자는 대나무 침대 위에 앉아 눈을 감고 기력을 조절하고 있었
다. 그러나 양몽환은 스승에게 아무 소리 없이 제방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이틀이 지난 후, 과연 혜진자는 정신이 호전되었다. 암암리에 기력을
운행해 보았으나 사지까지는 힘이 다다르지 않을 뿐더러 온 몸이 아파 떨
어져 나갈듯 했다. 그녀는 구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수 십 년 동
안에 쌓아 놓은 무공이 일조일석에 사라짐을 생각하며 비장한 실망에 빠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