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
해님이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을때 심술쟁이 바람이 쌩 달려왔어요.
"나는 온 세상을 꽁꽁 얼게 할 수도 있어."
바람은 공연히 해님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넌 언제나 자신 만만하구나. 그럼 우리 누구의 힘이 더 센가 겨루어 볼까?"
해님이 말했어요.
그때 마침 한 나그네가 외투를 입고 지나가고 있었어요.
"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겨 보는 것이 어때?"
바람이 말했어요.
"좋아."
성질 급한 바람이 먼저 한 입 가득 공기를 들이 마셨다가 힘껏 내뿜었습니다.
"어휴, 갑자기 왠 바람이지?"
나그네는 펄럭이는 외투깃을 꼭 움켜쥐었습니다.
바람이 니쪽에서 씽 저쪽에서 쌩, 변덕을 부리며 입김을 불어 댔지만, 그 때마다 나그네는 외투깃을 더욱더 꼭꼭 여며 잡았습니다.
바람은 기운이 쑥 빠졌습니다.
"심술을 부린다고 일이 되는건 아니야."
해님은 먼저 따뜻한 손길로 나그네의 등을 어루 만졌어요.
"이젠 좀 푸근해 졌군."
나그네는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습니다. 挺起胸膛
그러자 해님은 조금씩 조금씩 더 따가운 햇빛을 나그네에게 내려 보냈지요.
나그네는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아, 더워라. 이 날씨가 참 변덕스럽군."
나그네는 외투를 벗어 손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