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을 나섰을 때와 달리 징은 무작정 타베이를 따라 떠돌이생활을 하는 것에 지치고 힘도 부쳤으므로 서서히 타베이에게서 멀어지고 달아나려고 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갑(甲)’ 마을에 들어간다. 이 마을은 이미 현대화 물결이 들어와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법 잘살게 되었다. 어떤 노인은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 방앗간을 운영하고, 그의 부인은 제법 넓은 밭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노인은 대도시로 가서 ‘가난을 없애고 부자가 된 선진대표대회[治窮致富先進代表大會]’에 참가해서 상장과 상품을 받고, 또 신문지상에 그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그들은 대대손손 이제껏 이렇게 부유해본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이렇게 바빠 본 적도 없었다. 이러한 말을 나누는 도중에, 그의 아들이 왔다. 이 현대물을 잔뜩 먹은 젊은이는 타지에서 온 사람 앞에서 알록달록한 지폐 뭉치를 꺼내며 자랑했다. 그 아들은 손에 전자시계를 차고, 허리춤에 깜찍한 카세트테이프를 매달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그 음악 리듬에 맞추어 몸을 비틀면서 스텝을 밟았다.
노인에게 집안일을 맡아서 해줄 며느리가 필요한 차에, 또 노인이 징을 마음에 들어 하므로, 타베이는 징을 남겨두고 홀로 떠나기로 한다. 타베이는 현대적인 사물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문득 호기심이 발동하여 무작정 트랙터에 뛰어올라 시동을 걸었다가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몰라서 사고를 내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나’는 상처 입은 타베이를 뒤쫓아 카룽설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상처가 심해져서 쓰러진 타베이와 그를 간호하는 징을 만난다. 타베이가 죽은 뒤에, 나는 징의 허리춤에 찬 가죽 끈 위에서 108개의 매듭을 확인하고, 징을 데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계재피승구상적혼 [繫在皮繩扣上的魂, 系在皮绳扣上的魂]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배도임, 박재우,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