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는 걸핏하면 남에게 신세타령을 하곤 한다. 어느 날 총명한 사람을 만나서 “밥은 하루에 한 끼 먹을까 말까 하고, 그것도 수수찌꺼기로 개나 돼지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요, “게다가 겨우 손바닥만 한 그릇으로 한 그릇”이라 하소연한다. 총명한 사람이 “거참 불쌍하군.”하고 위로해주자 그의 하소연은 더욱 길어졌다. 그는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해야 하고 비오는 날이나 맑은 날이나 겨울이나 여름이나 고생만 할 뿐 개평은 고사하고 매타작뿐이라고 하소연한다. 총명한 사람은 눈시울이 불거지며 금방이라고 눈물을 떨어뜨릴 것같이 하면서 “내 보기에 자네에겐 분명 좋은 날이 올 걸세”라고 위로해주자 한동안 잠잠해 있다가 며칠 지나자 또다시 불평하기 시작했다.
“나쁜 놈!”
이번에는 이 말을 듣던 바보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노예는 자기가 사는 곳은 다 쓰러진 오두막이고 빈대가 우글거리고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사방에 창문 하나 없다고 말한다. 바보는 바로 노예 집으로 가서 노예에게 창문을 내준다며 흙담을 허물었다. 그러자 노예는 강도가 집을 부순다며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노예들이 우르르 몰려와 바보를 쫓아냈다. 고함 소리를 듣고 주인이 나타나자 노예는 공손하게 그러면서도 으쓱하면서 아뢰었다.
“강도가 집을 부수려 해서 제가 제일 먼저 소리를 질렀습죠. 저희가 함께 몰아냈습니다.”
노예는 주인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위로해주러 온 총명한 사람에게 “선생님이 지난번에 그러셨죠. 분명 잘될 거라고요. 정말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라고 꿈에 부푼 듯 유쾌하게 떠들었다. 총명한 사람은 덕택에 자신도 유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총명인, 사자화노자 [聪明人、 傻子和奴才, 聰明人、 傻子和奴才]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김영명, 박재우,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