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추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황하가 깡그리 마를 때까지 기다리세요.
대낮에 삼성과 진성이 뜨거나, 북두칠성이 남쪽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든지.
버리려야 못 버리실 테지만, 절 버리시려면 한밤중에 해 뜨길 기다리세요.
(枕前發盡千般願, 要休且待靑山爛. 水面上稱錘浮, 直待黃河徹底枯. 白日參辰現, 北斗回南面. 休卽未能休, 且待三更見日頭.)―‘보살만(菩薩蠻)·끝나지 않는 베갯머리 기원’(당대 민가)》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다짐받기라도 하듯 화자는 움직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들어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산과 강이 깡그리 사그라지거나 쇳덩이가 물 위로 떠오르거나 혹은 해와 별이 밤낮을 바꾸어 나타나는 등 천지개벽이 있기 전에는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이런 간절함을 노래한 사연이 무엇일까.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우리의 애정도 영원무궁하리라는 자신감을 재확인하고픈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때 사랑은 산하나 천체의 존재에 비견될 정도로 고귀하고도 절대적이다. 반면 이 노래를 통해 언제 헤어질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을 토로했을 수도 있다. 절절히 불변의 사랑을 염원한다는 건 애정전선의 위기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여 이 노래는 주동적으로 애정을 이끌어 가는 화자의 힘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듯도 하고 반대로 상대의 변심을 우려하여 전전긍긍하는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듯도 하다. 민중은 이 두 모습의 사랑가를 저마다 사연과 입맛에 맞춰 애창했을 것이다.
‘보살만’은 당시의 뒤를 이어 발전한 사(詞)의 곡조 이름. 시제를 붙이는 대신 통상 첫 구를 제목으로 삼는다. 에두르지 않고 감정을 대담하게 표현한 민가의 진솔함이 돋보인다. 1900년 둔황(敦煌) 석굴에서 당 이후의 이런 민간 가사가 다량 발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