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의 진위를 가리려면 사흘간 불에 태워 보면 되고 재목감을 구별하려면 7년 기다려 보면 되지.
충성스러운 주공도 유언비어에 시달렸고 왕망도 왕위 찬탈 전에는 더없이 공손했지.
만약 그들이 일찌감치 죽어버렸다면 그 진심과 그 위선을 어느 누가 알았으랴.
(贈君一法決狐疑, 不用鑽龜與祝蓍. 試玉要燒三日滿, 辨材須待七年期. 周公恐懼流言日, 王莽謙恭未簒時. 向使當初身便死, 一生眞僞復誰知.)―‘터놓고 하는 말(방언·放言)’ 제3수·백거이(白居易·772∼846)》
진심이 통하지 않거나 굴곡진 삶에 허덕일 때 사람들은 때로 점괘를 빌려 마음을 달래려 한다. 하지만 친구여, 진실은 잠시 은폐될지언정 영원히 묻히지는 않음을 기억하시게. 그건 옥과 나무가 불과 시간의 검증을 거쳐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주공과 왕망의 경우를 한번 보세. 조카인 성왕을 보좌하던 주공은 줄곧 왕위를 노린다는 유언비어를 두려워했지만 결국에는 세상의 음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반면 왕망은 평소 그리도 공손하고 충성스러운 듯했지만 왕좌를 찬탈함으로써 그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충신과 간신, 진심과 위선은 그러므로 그예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되는 법이라네.
시는 백거이가 권력자와의 불화로 좌천되어 가던 길에 쓴 다섯 수의 연작시 가운데 하나. 이에 앞서 친구 원진(元유) 역시 좌천 생활을 하면서 같은 제목의 연작시를 읊은 적이 있다.
원진은 시비곡직이 전도된 세상사를 개탄하면서 시대 조류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은인자중 때를 기다릴지를 번민하며 의기소침해진 심사를 이 시에 담았다. 친구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백거이는 역사와 세월의 치유법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동병상련의 위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