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I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李白·701∼762)
시제는 ‘산중문답’이지만 정색을 하고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니 자문자답으로 읽어도 될 법하다. 왜 청산에 사느냐는 물음에 시인은 소이부답(笑而不答), 그저 웃을 뿐 아무 대답도 않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내 마음이 저절로 느긋해지는 것, 그리고 시냇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복사꽃을 즐기는 것, 이 정도로도 청산에 머물 명분은 충분하지 않은가. 낙화유수!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장면은 대개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혹은 허망하게 쇠락해 가는 삶의 편린 정도일 텐데 이백의 감회는 한껏 천진난만하다. 도화유수(桃花流水), ‘물 따라 흘러가는 복사꽃’에서 그는 되레 세상의 오탁(汚濁)에서 벗어난 청정(淸淨)과 자유를 읽어낸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그곳은 세속의 일상과는 완연히 다른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로 체감된다. 마음속 이상향(理想鄕)을 이처럼 소탈하고 경쾌한 분위기로 그려내는 것, 그 바탕엔 이백다운 호쾌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가 온전히 현실을 초탈하려는 시인의 한가한 정서를 투영한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시인에게 별천지에서의 여유와 자유가 절실하게 다가왔다면 역설적으로 세속에서 경험한 갈등이나 파란곡절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했을 수 있다는 유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쿵저러쿵 수다 떨지 않고 빙긋 미소로만 대답한다는 뜻을 가진 ‘소이부답’, 자연 풍광이 유달리 빼어난 곳 혹은 예사롭지 않은 예술의 경지를 형용하는 ‘별유천지’ 혹은 별천지, 이 두 성어가 모두 이 시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