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당겨 그 꽃 꺾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려는데
꽃향기 옷자락에 넘쳐나지만 길 멀어 그곳으로 보낼 수 없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만 오랜 이별 마음으로 느낄 순 있으리.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정중유기수, 녹엽발화자
攀條折其榮, 將以遺所思. 반조절기영, 장이유소사
馨香盈懷袖, 路遠莫致之. 형향영회수, 노원막치지
此物何足貴, 但感別經時. 차물하족귀, 단감별경시
―‘뜰 안의 진기한 나무(庭中有奇樹)’(한대 무명씨)
연모의 정을 담은 연애시로 읽어도 괜찮을 법한데 이 시는 주로 먼 길 떠난 남편을 그리는 망부가(望夫歌)로 해석해 왔다. 기약 없는 이별, 집안에 갇힌 아내는 학수고대 낭군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정원수의 잎과 꽃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성장해 가는 장면을 관찰하는 것도, 향기 가득한 꽃송이를 낭군에게 보내려 마음먹는 것도 다 긴 기다림의 한 과정이었으리라. 그렇기에 아내는 나무의 성장과 개화를 결코 무심하게 넘겨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서나 흔하게 접하는 그저 무연(無緣)한 나무가 아니라 진귀한 존재이며, 꽃향기 또한 옷자락과 소매에 넘쳐날 정도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는 역설은 이별의 아픔을 애써 달래려는 화자의 자기 위안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것 때문에 새삼스레 긴 이별을 떠올리게 된 불만을 넌지시 토로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5언시가 형성되던 한대 말엽에 나왔는데 ‘고시(古詩) 19수’라 통칭되는 작품군의 하나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문인이 창작했다. 투박하고 단순한 5언체 민요와 달리 문인시답게 짜임새와 수사 기교가 꽤 정교한 편이다. 5언시 발전의 초석이 된 ‘고시 19수’는 사대부의 신세 한탄, 인생무상, 나그네의 향수, 부부의 정 등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