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那堪花滿枝, 번作兩相思. 玉箸垂朝鏡, 春風知不知.)
―‘봄날의 기다림(춘망사·春望詞)’ 제3·4수 설도(薛濤·약 768∼832)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가곡 ‘동심초’의 모태가 된 설도의 ‘춘망사’. 4수로 된 연작시인데 김억(金億)은 그중 제3수를 이렇게 번역했다. 사그라져가는 청춘의 아쉬움과 정인(情人)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 빗댔다. 가지마다 만개한 꽃은 분명 봄날의 황홀한 포상이련만 스러져가는 꽃잎을 우두망찰 지켜보는 이에겐 그지없는 고통이다. 만개할수록 바람에 더 약한 봄꽃처럼 그리움이 절실한 만큼 세월의 무게는 더 버거웠으리라. 꼬박 밤이라도 지새운 것일까. 여인은 아침 거울 앞에서 후드득 젓가락 같은 눈물을 떨구고 만다.
연작시의 제1수는 “꽃 피어도 같이 즐기지 못하고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네./내 님 계신 곳, 궁금도 해라. 꽃 피고 꽃 지는 이 계절에”라 했고, 제2수는 “풀잎 따서 한마음으로 매듭을 지어 내 맘 아실 님에게 보내볼거나./봄날의 수심이 막 잦아들 즈음, 다시금 봄 새가 애처로이 우짖네”라 했으니 시인의 기다림은 애처로움으로 점철된다. ‘당대 여류시인 중에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얻었던 설도. 백거이, 원진(元유) 등 동시대 시인들과도 시를 주고받을 만큼 뛰어난 재원(才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