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정원으로 나들이 갈 참이니 서둘러 봄에게 알리도록 하라.
꽃들은 밤새워서라도 다 피어 있으라. 새벽바람 불기를 기다리지 말고.
(明朝遊上苑, 火急報春知. 花須連夜發, 莫待曉風吹.)
―‘연말에 상원 행차를 명하다(납일선조행상원·臘日宣詔幸上苑)’·무측천(武則天·624∼705)
화왕(花王)의 영예를 가진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자 지조, 절개의 표상이기도 하다. 중국 유일의 여황제 무측천이 지은 이 시에는 전설 같은 후일담이 뒤따른다. 어느 엄동설한, 여황제가 문득 황실 정원의 꽃을 완상(즐겨 구경하다)하고 싶다고 하자 한 신하가 아첨을 떨었다. “내일 아침 모든 꽃이 만발하도록 폐하께서 성지를 내리시지요.” 측천은 5언시로 된 이 조서를 발했다. 꽃의 요정들은 이 조서를 보자 화들짝 놀라 밤새 바지런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다음 날 아침 황제가 정원으로 나와 보니 과연 백화가 만발해 있었다. 한데 유독 모란만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꽃망울을 내밀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황제의 명령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오연(傲然)한 지조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황제는 모란을 뿌리째 뽑아 불에 태우라고 명령했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아예 모란을 수도 장안에서 멀리 낙양(洛陽)으로 내쳐버렸다.
황당해 보일지라도 전설의 발원에는 한 가닥 모티프가 내재하고 있을 터, 그것은 한 여장부의 비범한 자신감일 것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일개 궁녀의 신분으로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꾸어 일약 황제로까지 등극했던 그 자신감 말이다. 그 후 낙양은 모란의 번성지가 되어 각종 진귀한 품종이 생겨났고, 오늘까지도 낙양의 봄날 공원에는 ‘낙양홍(洛陽紅)’이라는 이름으로 모란이 한껏 기세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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