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을 걸으면
바람(风) 타는 길섶에
코스모스 연분홍화장하고
높아지는 하늘에
아쉬운 그리움 손짓하고
둥근 꽃잎 해바라기
뉘엿뉘엿 저무는 해님 바라기
붉은 고추 남세스러운 고추밭
색깔 고운 고추잠자리
제 모양 맞춰보며 맴 맴 맴
주렁주렁 마디마다
덩치 큰 자식 챙기느라
미리 늙어버린 호박 엄마
겸손히 고개 숙인 벼 이삭 위로
참새 떼 워~ 이 워~ 이
깡통 소리 요란한 벌판
벼메뚜기 한 쌍 짝짓기
심술궂은 바람 휘영청
산책 나온 열일곱 여덟 소녀의
코스모스 사이로 꽃 바람 웃음
까르르 호호호 허공에 차면
가을은 그렇게 그리움(怀念)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