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번 들어들 보실라우?
어릴 적 광대패를 첨 보고는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짓 할 때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와서...그렇게 눈이 멀어서...볼 걸 못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 가는 걸 못 보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 맛을 알았으면, 아 진작에 맹인이 될 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