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현도관주는 그녀의 우울한 모습을 보자 말했다.
「오늘 하루 더 쉬고 내일은 파양호에 가서 묘수어은 소천의를 찾아 천
하제일이라는 의술을 한 번 시험해 봅시다. 아마 그의 의술은 골수에 스
며든 독도 뽑아낼 수 있고 당신의 무공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오.」
「소천의가 파양호에서 떠났다는데?」
「그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면 나는 꼭 찾아내고야 말 것이오.」
「그렇지만 천용방은 삼년 안에 무술대회를 열겠다는데……곤륜산에 돌
아가 장문 사형과 의논 해야죠?」
「그럼 먼저 당신의 제자인 동숙정을 상청궁으로 보내어 내가대회에 참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주시오.」
「곤륜파가 수 백 년 동안 쌓아 올린 위업을 우리들 손으로 몰락시킬 수
있어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무슨 면목으로 역대 조사(視師)를 대하겠어
요? 차라리 제가 죽으면 아무 걱정도 없을 거예요.」
「그럼 먼저 파양호로 가서 당신의 사독을 고친 후 곤륜산으로 돌아갑시
다.」
「수 천리를 찾아 갔다 못 찾으면 어떻게 하죠?」
「만일 그가 없으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지.」
혜진자는 일양자 도움을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이튿날 일양자 일행은 영계현성을 떠나 파양호로 향했다. 그들은 괄창
산 선하령(仙霞嶺)과 무이산맥(武夷山脈)을 넘었다.
닷새가 지난 후 진운현(縉雲縣)의 경계를 지나 선하령으로 들어서면서
부터 산세(山勢)는 한층 더 험했다. 일양자와 양몽환은 걱정 없었으나 혜
진자가 탄 가마를 메고 가는 가마꾼이 지쳐 잠시 쉬기로 했다.
그들은 산기슭에 불을 피우고 건량을 나누어 먹었다.
가마꾼은 음식을 좀 먹더니 쿨쿨 코를 골며 잠에 빠져 들었다. 일양자
는 사매가 잠을 이루지 못하자 과거에 새미 났던 무술계 이야기를 들려주
고 있었다. 양몽환과 하림도 생전 처음 듣는 무술계 기담(奇談)을 흥미진
진하게 듣고 있었다.
이때 홀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급히 사방을 둘러보던 양몽환은 적이
놀랐다. 밤의 어둠이 내려앉은 산길을 유유히 걸어오는 사람은 바로 영계
현 음식점에서 만났던 청의(靑衣)의 여인 바로 그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