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홍의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녹의 소녀는 가늘게 한숨을
쉬며 떨리는 음성으로
「이 동생이 수고해서 될 일이라면 도와 드리겠어요. 언니만 기뻐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게요.」
「그러나 내가 그들을 도와주어서 의부를 만나게 해 주어도 별로 고맙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근심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녹의 소녀는 이러한 이요홍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
「감사해 하지도 않을 일을 언니는 왜 하려고 그러세요?」
그러자 한참 후 후욱-- 한숨을 쉰 이요홍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도 모르겠어, 이런 것이 정이라는 것일까? 서로 파가 다르니 언제
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호……호…… 언니의 마음 이젠 알았어요.」
녹의 소녀는 이요홍의 마음이 양몽환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언니는 얼마나 좋을까?……」
놀리는 듯 말하는 소설군의 말을 듣고 얼굴이 더욱 새빨개진 이요홍은
표정을 바꾸며
「동생도 그런 때가 있을 걸……」
「제발……」
이요홍과 소설군은 서로 마주 바라보며 함께 웃었다. 그러던 이요홍은
웃음을 그치며,
「그런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내일 호수에서 곤륜파와 시비를 걸고 싸우면?」
「그러면요?」
「우리가 지는 척 하고 뒤로 물러서면 그들이 따라 올 것이 분명하지?」
「물론, 따라 오지 않고 어쩌겠어요.」
「바로 그거야, 그때 동생이 수고롭지만 우리 편이 지는 척 하고 집에
돌아와 의부님께 구원을 청하면」
「그러면 그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거죠?」
「호호……」
「그러나 만일 그들이 우리에게 진다면 어쩌죠?」
「지는 척 해주어야지.」
소설군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내일의 행동 계획을 짰다. 모
든 계획을 세운 이요홍과 소설군은 아직도 먼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양몽
환의 옆으로 다가 갔다.
그러나 양몽환은 옆에 누가 온지도 모르고 앞 쪽만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요홍과 소설군은 양몽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양몽환이 바라보는
앞 쪽을 바라보고 새로운 현상에 놀랐다. 약 십여 장 거리의 밖에 파도를
헤치며 질주해 오는 한 척의 배를 발견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자세히
는 알 수 없으나 그 배에는 선비차림의 소년이 청의 도포(靑衣道布)를 입
고 양몽환이 서 있는 쪽을 바라보는 듯 서있고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
인이 등을 돌리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배는 순식간에 오척 가량의 거리를 두고 옆으로 질주해 갔다. 빠른 속
도로 달려가는 배는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젓는 노에 물방울이 산
지사방으로 부서지며 흰 물거품을 내는 것이었다.
이요홍은 노를 젓는 노인이 뒤로 돌아 앉아 노를 젓기 때문에 얼굴을
볼 수 없으나 그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뱃머리의 청의 도포를 입은 소년의 얼굴이었다. 눈이 부리부리 하고 어깨
가 딱 벌어졌는가 하면 늠름한 자세와 웃는 듯한 그의 환한 얼굴이 정말
잘 생긴 얼굴이었다.
(참 잘 생긴 남자구나)
속으로 감탄을 연발하며 멀리 사라지는 소년의 모습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양몽환이 그러하듯 청의 소년도 양몽환을 바라보며 웃음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청의 소년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다보며 양몽환에게 신비한 미소를 보
내는 것이었다.
배가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될 때 까지도 눈을 돌리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