关于院子的小故事 — 申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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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 아래 흩어진 우유곽들도 가만히 자고 있었다. 발을 뻗어 냉장고 문을 닫고 몸을 일으키려니 무릎이 휘청했다. 사방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나는 잠시 그 어둠속에서 휘청이는 무릎을 싸안고 앉아 있었다.
伸脚推上冰箱门正要起身时,膝盖直打着晃儿。四周被黑暗笼罩着,我在那黑暗中抱着打晃儿的膝盖蹲了一会儿。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잡초가 무성한 길 위에 나를 남겨놓고 가버렸다는 생각. 불을 켜고 손거울을 집어 얼굴을 들여다보니 눈꺼풀이 사라질 만큼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突然发觉只有我一个人了。他把我留在杂草丛生的路上走掉了。打开灯,抓起小镜子一照,才发现双眼皮都快洗没了似的,眼睛肿得鼓鼓的。
세면장으로 들어가 세수를 하려고 보니 내 얼굴이 세수대야만하게 느껴졌다. 우유 직매장에 전화를 걸어 우유배달을 중지시키고 그릇을 닦았다. 옷장 속에서 미처 동생이 가져가지 못한 동생의 옷가지들을 꺼내 빨아 널었다.
走进卫生间要洗脸时,感觉自己的脸像洗脸盆那么大。给牛奶直销店打了电话,取消了订购的牛奶,然后洗涮了碗筷。从衣柜里取出妹妹还没来得及拿走的衣服洗完挂到了晾衣架上。
세면대를 오래오래 비누칠 해서 닦아내고 신발장 속의 흙들을 쓸어내었다. 손톱을 깎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쓰고 있던 단편소설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
在洗脸池里涂上皂水后久久地擦拭,然后又把鞋柜里的土扫了出来。又剪了指甲洗了头。然后坐在桌子上开始接着往下写小说。
그애의 부재를 견디기 위한 글쓰기였다. 이제는 그 집으로 퇴근할 동생이 아닌데도 밤이 되면 내 습관이 그앨 기다렸다. 무심코 왜 이렇게 늦나 싶어 시계를 보았고, 또 무심코 식탁에 그애 몫의 수저를 내려놓았다.
写作是为了忘掉那孩子的不在。现在妹妹已经不再下班后回到这个家里,但是一到晚上,我还是习惯等着那孩子。无意中会觉得都这么晚了,又看看表,也会无意中在饭桌上摆好她那份匙箸。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애가 언니, 하며 차가운 손을 내 목덜미 속으로 집어넣는 것 같아 고개를 젖히곤 했다. 그렇게 '모여 있는 불빛'을 반쯤 써나갔을 때 주인이 방문을 했다.
连写东西的时候,也会觉得好像那孩子一边叫着姐姐,一边把她冰凉的小手塞进我的脖颈里似的,常常不自觉地缩一下脖子。就这样把《聚光》写到差不多一半的时候,房东来访了。
주인은 영화감독이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에 나가 있던 후배에게 그 아파트를 팔았는데 그 후배가 귀국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얘기였다.
房东是位导演。他为了拍电影,把房子卖给了他在美国的学弟。而那个学弟就要回国了。也就是说要我把房子腾出来。
내게는 한달의 기한이 주어졌다.다음날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러 다녀야 했으나 나는 겨우 경비실로 내려가 그 아파트 내에서 새로 나온 것이 없는가만 물어 보았다. 비어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他给了我一个月的期限。本应该第二天就去找搬家的地方,但是我只是到下楼的警卫室,问了问这片公寓小区里还有没有新腾出来的房子。他说没有空下的房子了。
그 아파트는 독신자용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어느 독신자가 춥디추운 일월에 이사를 가겠는지. 머릿속이 잠시 복잡했지만 나는 도로 책상 앞으로 와서 '모여 있는 불빛'을 쓰는 일에 매달렸다.
这座楼房是给单身的人建的。有哪一个单身会在寒冷的一月份搬家呢。脑子里暂时杂乱起来,但是我重新回到书桌上埋头往下写《聚光》。
그때의 그 습기가 무엇이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깊은 또랑이 몸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나는 습했다. 그 단편소설을 완성하는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그 습기에 매몰되어 또 한번 익사했을 것이다.
当时的那股湿气我也不清楚是什么。好像深深的水沟淌进我的体内一般感觉很潮湿。如果没有专注于完成那篇小说的话,我可能会被那份湿气所淹没,再一次溺死过去。
허기 끝의 탐식 처럼 눈을 부라리고 앉아 '모여 있는 불빛'을 완성했을 땐 이사 날짜가 겨우 일주일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여기저기 복덕방엘 다녀봤으나 일주일 뒤에 내가 들어가 살 곳을 찾기란 어려웠다.
当我像久旱逢甘露一般,瞪着眼珠坐在那儿完成《聚光》的时候,离搬家的期限只剩一个星期了。我那时才到处去找房屋中介,可是很难找到一个星期后就能搬进去的房子。
그러다가 그 건물의 608호를 벼룩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那时通过信息黄页《跳蚤市场》找到了这楼房的608号。仅仅因为随时可以入住的条件,我给一个素不相识的人打了电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