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덕종(德宗, 재위 779~805) 연간에 종규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거센 수염이 가득하여 추한 외모를 갖고 있었으나 재주와 무예가 출중하였다. 과거시험이 임박하자 종규는 장안으로 올라갔다. 수도의 번화한 모습에 거리를 배회하다가 점집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자를 놓고 점을 본다. 점쟁이는 그의 이름이 구(九)와 수(首)로 이루어져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이 9월이니 이번 과거에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를 할 것이나 10일 안에 큰 화를 겪게 될 것이니 근신하라고 이른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종규는 며칠 뒤 시험장에 나가 주어진 논제에 대해 일필휘지로 답을 쓰고 나온다. 이날 시험의 총감독관은 한유(韓愈)였고, 부감독관은 육지(陸贄)였다. 이들은 종규의 답안지를 보고 글재주에 감탄하며 그를 1등으로 선발한다. 한유의 소개를 듣고 종규를 궁궐로 불러들인 덕종은 종규의 추한 외모를 보고는 불쾌해져 이렇게 추한 사람이 어떻게 장원이 될 수 있었느냐며 힐난한다. 한유가 여러 사례를 들어 인재를 평가하는 데서 외모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됨을 강조하였지만 덕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그때 간사하고 아첨에 능한 재상 노기(蘆杞)가 덕종에게 종규 대신 다른 사람을 선발할 것을 제안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종규는 화가 치밀어 노기를 때려눕힌다. 덕종은 궁궐을 어지럽힌 죄로 종규를 체포할 것을 명하였다. 순간 종규는 궁궐을 호위하던 장군의 허리에서 칼을 빼어들어 억울함을 외치고는 목을 베어 자결한다. 뜻밖의 사태에 놀란 덕종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노기를 유배지로 보내고 장원급제의 예를 갖추어 종규를 후하게 장사 지낸다. 이어 구마대신(驅魔大神)에 봉한다.
지옥에 간 종규는 함원과 부굴 장군을 조력자로 삼고 내하교(奈何橋)를 지키던 귀신을 박쥐로 둔갑시켜 길잡이로 삼아 악귀들을 소탕한다. 악귀 소탕으로 큰 공을 세워 옥황상제로부터 ‘익성제사뇌정구마제군(翊聖除邪雷霆驅魔帝君)’에 봉해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종규참귀전 [鍾馗斬鬼傳, 鍾馗斩鬼传]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정병윤, 박재우,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