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의 포구 마을, 한 북방 사내에게 말을 건네는 기녀의 차림이 유별나다. 쪽머리는 구름처럼 한껏 말아 올렸고 귀걸이는 달처럼 둥글게 반짝인다. 바람에 하늘대는 연꽃 가득한 봄날의 강변. 그대가 원하신다면 진귀한 잉어꼬리탕이며 오랑우탄 입술 요리도 같이 먹어요. 돌아갈 배편을 알아볼 생각일랑 아예 마세요. 여인의 간곡한 유혹을 사내가 냉정하게 외면할 수 있었을까. 유한한 인생, 오늘 이 어여쁜 창포꽃 놓치고 나면 금방 단풍 지듯 시들어 버릴걸요. 은밀한 속삭임에 더하여 대담하게 훈계까지 곁들였다. 사내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 다정다감한 접근을 교묘한 상술(商術)로 치부했을까. 꿈꾸어 왔던 일탈을 상상하며 짐짓 마음의 빗장을 풀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도타워질 정분이 두려워 고지식한 선비의 뚝심으로 기어이 돌아서고 말았을까.
‘대제곡’은 주로 남녀 간의 애정을 다룬 민요풍의 노래로 같은 제목의 작품이 여럿 전해진다. 민요답게 글자 수도 들쑥날쑥 자유롭고 상황 묘사와 대화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이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시인. 신선이나 귀신 세계 등 생뚱맞은 소재도 곧잘 다루었기에 시귀(詩鬼)라는 별명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