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여심(女心)이 아슬아슬하다. 절부(節婦·절개가 굳은 여자)라지만 화자의 행동이나 심리가 여간 의뭉스럽지 않아서다. 어엿한 남편과 가정을 둔 여인이 외간 남자의 사랑에 감동해 선물로 받은 구슬을 저고리에 단 것도 그러려니와 ‘결혼 전에 못 만난 게 한스럽다’고 눈물짓는 대목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법하다. 사방에 도사린 관습의 굴레에 갇힌 채 자기감정을 억누르고만 살아왔을 봉건사회라 해도 화자의 번민과 갈등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구슬을 저고리에 다는 순간 마음을 허락한 것이니 그 식견이 천박하다”는 옛사람의 평가가 결코 엉뚱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천박한 식견’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시 시인은 공부(工部)의 관리. 절도사(節度使) 이사도(李師道)가 그의 재능을 인정해 자기 휘하로 끌어들이려 하자 거절 의사를 에둘러 이 시로 표현했다. 이사도는 막강한 군사력을 뒷배로 곧잘 조정에 저항했던 번진(藩鎭) 세력으로 실제 반란까지 기도했던 인물이다. 그래도 반란 전에는 시인이 그의 제안을 대놓고 거부하기 어려운 당대의 실권자였다. 결국 상대의 순수한 마음은 받아들이되 자신은 남편 곁을 지키겠다는 절부의 심정으로 완곡하게 화답한 것이다.